경기연구원, “피지컬 AI, 한국형 순환 정책” 제안

中 상반기 휴머노이드 생산 4만 대・투자 6배… ‘쓰이는 로봇’ 시대로

김인수 기자
2026-11-03 07:05:52




사례로 본 중국 피지컬 AI 다섯 요소의 연결 (경기도 제공)



[한국Q뉴스] 경기연구원이 중국 피지컬 AI의 최근 변화를 분석하고 한국과 경기도의 대응 방향을 제시한 이슈&진단 ‘피지컬 AI 대전환과 대응: 중국 5대 변화를 중심으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2026년 중국에서 양산·데이터·지능·정책·자본의 다섯 가지 변화가 한 해에 함께 일어나며 무대 위에서 춤추던‘보여 주는 로봇’의 시대가 공장과 현장에서 일하는 ‘쓰이는 로봇’의 시대로 넘어갔다고 진단했다.

58개국의 피지컬 AI 준비도를 에너지·컴퓨팅·로봇 구동·소재·인적자본·수요의 6개 분야로 평가한 지수에서 중국은 82.9점으로 2위 일본을 13점 넘게 앞선 1위였다. 한국은 66.9점으로 4위였지만 2위부터 5위까지는 3.5점 안에 몰린 사실상 같은 그룹이다. 중국은 소재·구동·에너지처럼 로봇을 싸고 많이 만드는 힘에서 미국은 컴퓨팅·인재처럼 생각하는 힘에서 앞섰다. 한국은 일할 사람이 줄고 임금이 높아 로봇 도입 압력을 뜻하는 수요 분야에서 1위였다.

변화의 출발점은 양산이다. UBTech는 2026년 9월 류저우 공장에서 10분에 1대, 엔진AI는 선전 기지에서 15분에 1대를 출고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상반기 휴머노이드 생산이 4만 대를 넘었고 연간 10만 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바탕에는 ‘오전에 도면을 넘기면 오후에 시제품이 나오는’ 선전의 공급망이 있다. 약 10km 구간에 200여 개 기업이 모여 핵심 부품을 30분 안에 구할 수 있다.

로봇이 늘자 데이터 경쟁은 일상으로 번졌다. 70곳이 넘는 데이터 훈련장에 더해, AI 안경을 쓰고 손작업을 찍어 올리면 보상하는 서비스, 주민이 머리에 카메라를 쓰고 집안일을 하는 ‘데이터 수집 마을’까지 등장했다. 시간당 약 30위안을 받고 찍은 영상은 정제를 거쳐 로봇 기업에 300~500위안에 팔린다. 쌓인 데이터는 두뇌를 키워, 상반기 로봇 두뇌 공개 평가에서 중국 첸쉰즈넝의 모델이 엔비디아와 미국 PI를 앞서 1위에 올랐다.

정책과 자본은 속도를 붙였다. 중국은 표준체계와 29자리 ‘로봇 신분증’ 으로 규칙을 정하고 국가전망공사의 로봇 약 8,500대 도입 계획처럼 공공이 첫 고객이 됐다. 상반기 투자는 약 93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의 약 6배였다. 보고서는 많이 만든 로봇이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로 똑똑해진 두뇌가 일할 곳을 넓혀 다시 주문을 부르는 ‘양산→데이터→지능→양산’의 순환이 돌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에는 AI 모델 기업 딥시크가 유니트리 지분을 확보하며 두뇌 기업도 이 순환에 합류했다.

균열 신호도 있다. 유니트리의 2025년 1~9월 휴머노이드 매출 가운데 대학·연구소의 연구·교육용이 73.6%였고 산업 현장 응용은 9.0%에 그쳤다. 로봇 회사와 데이터 회사가 서로 물건을 사 주며 매출을 부풀리는 ‘순환 매출’논란이 일었고 9월부터는 상장 심사도 강화됐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미 깔린 공급망과 데이터 기반, 표준은 남는다며 지금의 조정을 거품 붕괴보다 ‘옥석 가리기’에 가깝다고 봤다.‘거품이냐’보다 산업 현장 매출 비중, 재구매율처럼 순환이 얼마나 빨리 도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제조업 로봇 밀도가 노동자 1만명당 1,220대로 세계 1위다. 그러나 2025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는 중국이 35만 4,000대로 세계의 59%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약 3만 대에 그쳐‘밀도는 한국, 속도는 중국’인 상황이다. 로봇 핵심 부품 국산화율은 약 45%이고 두뇌와 구동 부품이 약하다. 특히 로봇을 현장에서 쓰게 하는 제도 여건은 41점으로 중국보다 31점 낮아 기술보다 제도의 격차가 컸다.

보고서는 중국을 요소마다 따라가기보다 한국이 가진 현장과 신뢰를 중심에 두고‘설계·검증 → 빠른 시제품 → 현장 배치 → 두뇌 개선’을 잇는 ‘한국형 순환’의 속도로 경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핵심 부품만 골라 국산화하고 공공이 사는 로봇을 처음부터 데이터 수집 거점으로 설계하며 공공 조달 기준을 로봇‘대수’에서 ‘실제로 일한 시간’ 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경기도에는 전국 제조업체의 36%와 연구 인력의 37%가 모여 있어, 로봇이 일할 공장과 이를 개선할 인력 사이의 거리가 가장 짧다. 보고서는 성남 피지컬 AI 랩, 시흥 피지컬 AI 확산센터, 반월·시화 AX 실증 산단 등 거점을 하나의 순환 체계로 잇고‘선전 제작–경기 검증’분업으로 개발 기간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시제품은 선전 협력 공장의 속도를 빌리고 현장 검증과 개선은 도내 랩과 숙련공이 맡되, 공정·학습 데이터와 감속기·로봇 손 같은 전략 부품은 국내에 두는 방식이다.

이승환 경기연구원 AI연구실장은“중국의 진짜 경쟁력은 로봇 한 대의 성능이 아니라 만들고 배우고 다시 만드는 순환의 속도”며“중국을 요소마다 쫓아가기보다 속도는 빌리고 데이터와 핵심 부품은 지키는 ‘한국형 순환’ 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제조기업과 연구 인력이 한곳에 모인 경기도가 그 순환을 가장 빨리 돌릴 수 있는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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