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립노인병원 33억 줄줄이 샜는데… 새 수탁기관 선정 코앞, 부천시 해법은 또 “이미 하던 것” 재탕

김인수 기자
2026-09-17 21:54:24




해당 의원실에서 작성하고 배포하는 자료이다 (부천시 제공)



[한국Q뉴스] 부천시의회 윤단비 의원은 제294회 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 보충 시정질문에서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과 노인전문요양원의 위탁·재정구조를 전면 재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자금 통제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윤 의원은 두 시설에서 30차례에 걸쳐 총 33억원이 넘는 자금이 시설 밖으로 이체됐다고 밝혔다.

이어 부천시가 내놓은 재발 방지책이 새로운 통제 장치가 아니라 이전 수탁기관 운영 당시부터 이미 시행돼 온 ‘시설별 계좌 분리’였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계좌를 나누는 것만으로 자금 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감사 결과로 확인됐다”며 두 시설의 위탁·재정구조를 원점에서 다시 설계할 것을 요구했다.

부천시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병원에서 12차례 18억4300만원, 요양원에서 18차례 14억9504만원, 총 33억3804만원이 시설 밖으로 이체됐다.

이 중 6억1494만원은 감사 당시까지도 회수되지 않았다.

다만 이체된 금액 전체가 곧바로 최종 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임 수탁기관 대성재단 체제에서도 두 시설은 이미 별도 사업자등록과 계좌를 쓰고 있었던 만큼, 기존의 계좌 분리와 정기점검만으로는 자금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윤 의원은 “문제는 계좌가 하나였느냐 둘이었느냐가 아니라, 수탁법인이 자금을 움직이는 권한에 비해 이를 감시하고 제어할 장치가 충분했느냐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윤 의원이 진짜 겨냥하는 것은 계좌가 아니라 독립채산제라는 위탁 방식 자체다.

“독립채산제라서 부천시가 개별 지출을 직접 통제하기 어려웠다면, 그 한계는 계약으로 보완했어야 할 부천시의 책임”이라며 “통제의 한계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감독을 더 강화해야 할 이유”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내년 새로 체결될 위·수탁계약서에 △시설 운영자금의 외부 이체 금지 △일정 금액 이상 이체 시 즉시 보고 △임금·4대 보험료·퇴직연금·거래처 대금의 정기 확인 △이상 징후 발생 시 특별점검과 긴급개입 △부적정 지출에 대한 환수와 계약해지 기준을 명시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30차례의 외부 이체를 그동안의 지도·점검에서 왜 걸러내지 못했는지, 이체 경로와 회수 과정, 미회수액의 현재 처리 상황까지 부천시가 직접 공개하라고 주문했다.

통합위탁이 더 효율적이라는 부천시의 판단에도 검증도 요구했다.

향후 5년간 시설별 손익 전망, 통합으로 절감되는 비용과 분리위탁에 드는 추가 비용은 물론, 동일 법인의 회생·파산이 두 시설에 동시에 미칠 위험까지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용과 위험에 대한 분석 없이 통합위탁을 결정한다면, 효율을 명분으로 두 시설의 위험까지 하나로 묶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의원은이 같은 우려의 근거로 이전 수탁기관들의 운영 사례를 들었다.

전임 혜원의료재단은 구조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위탁 운영을 포기했으며 뒤를 이은 대성재단은 외부 자금 이체와 4대 보험료·제세공과금 체납, 퇴직연금 미적립 등의 문제를 남긴 채 회생절차에 들어가 결국 계약이 해지됐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수탁기관이 두 차례 교체되는 동안에도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운영 기반이 마련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공공의료 수행에 필요한 비용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부천시가 책임지고 방만 경영과 부적절한 자금 사용으로 발생한 손실은 수탁기관이 책임져야 한다”며 “공공성 비용은 수탁기관에 떠넘기면서 정작 자금 사용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안산과 천안처럼 노인전문병원과 노인요양시설을 각각 별도 절차로 위탁한 사례를 들며 시설별 경영 책임과 위험을 나누면서도 의료·돌봄 서비스는 연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순수 독립채산형 민간위탁만 답습하지 말고 △비용 지원 후 사후 정산하는 민간위탁 △공공기관 위탁 △직영 △통합·분리위탁을 재정부담·서비스 지속성·고용 안정성·회계 통제 가능성 기준으로 전면 비교할 것을 제안했다.

끝으로 윤 의원은 “이번 수탁기관 선정 절차는 단순한 계좌 분리를 넘어, 어떤 비용을 부천시가 부담하고 어떤 지출을 어떻게 통제하며 경영 실패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까지 계약에 담아야 한다”며 “수탁기관의 간판만 바꾸지 말고 독립채산제를 유지할 것인지 공공성 비용을 지원하고 사후 정산하는 구조로 전환할 것인지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새 수탁기관이 내년 1월 1일 운영을 시작하는 만큼, 계약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시점은 지금뿐이라는 게 윤단비 의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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