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Q뉴스]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 한 건이 실제로 어느 기관에서 나온 자료인지, 발표문 원문과 내용이 같은지를 독자가 직접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 기사 하단의 ‘자료 제공 OO시’ 한 줄이 전부였고 그 한 줄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 역시 독자에게는 없었다.
글로벌 팩트체크 플랫폼 FAXTR가 운영하는 출처 검증 프로그램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기사 한 건마다 별도의 공개 검증 기록을 발급해, 그 기사가 어느 기관의 어떤 문서에서 출발했는지를 누구나 열어볼 수 있게 한 방식이다.
15일 기준 참여 언론사는 14곳, 발급된 검증 기록은 2만3천136건이다. 피디언뉴스가 5천552건으로 가장 많고 국회의정저널 4천206건, 한국Q뉴스 3천739건, 금요저널 2천472건 순이다. 아시아월드뉴스·knews25·KGN25·세종타임즈·Q뉴스·문경상주전국뉴스·충청중심뉴스·Ytv영상스토리·충청뉴스큐·매일인터넷뉴스도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철회된 기록은 0건이다.
기사 한 건에 기록 한 건…“판정이 아니라 증거”
작동 방식은 단순하다. 참여 매체의 기사 상단에 ‘FAXTR 출처 검증’ 표시가 붙고 이를 누르면 그 기사만의 검증 기록 페이지가 열린다.
기록에 담기는 항목은 세 가지다. 첫째는 출처 증명이다. 어느 기관 명의로 배포된 보도자료인지, 원문 파일명은 무엇인지, 어떤 경로로 언제 접수됐는지가 시각까지 적힌다. 실제 기록 한 건을 열어보면 ‘영천시 명의로 배포된 보도자료 원문에서 생성된 기사’라는 문장과 함께 수신 경로는 기관 공식 보도자료 이메일이며 수신 시각은 분 단위까지 표기돼 있다.
둘째는 원문 대조다. 게재된 기사 본문이 보도자료 원문과 일치하는지, 발행 이후 수정된 이력이 있는지를 표시한다. 여기에 기사 본문의 SHA-256 지문, 곧 해시값을 함께 공개한다. 계산 규칙이 공개돼 있어 독자나 경쟁 매체가 지금 그 기사를 열어 같은 값을 직접 계산해 대조할 수 있다. 우리를 믿어 달라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대조해 보라는 구조에 가깝다.
셋째는 허위정보 데이터베이스 대조다. 전 세계 100여 개 팩트체크 기관이 공개한 반박 기록 가운데 해당 기사와 일치하는 항목이 있는지를 발행 시점 기준으로 조회해 결과를 남긴다.
검증하지 않은 것도 함께 적는다
눈에 띄는 대목은 검증하지 않은 것을 모든 기록에 따로 명시해 둔다는 점이다. 보도자료에 담긴 발표 내용 자체가 사실인지, 기관이 제시한 수치와 통계가 정확한지, 기사에 대한 편집상의 가치 판단은 어떤지, 이 세 가지는 검증 범위 밖이라고 못 박는다.
기관이 부풀린 자료를 냈더라도 그 기사가 해당 자료에서 나온 것이 맞다면 기록은 발급된다. 검증하는 것은 출처와 일치 여부이지 발표 내용의 진위가 아니라는 뜻이다. FAXTR가 내세우는 판정자가 아니라 증거 수집가라는 원칙이 기록 양식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 프로그램은 스스로의 한계도 공개한다. FAXTR는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IFCN 서명 기관이 아니며 참여 매체 상당수가 같은 그룹에서 운영되는 매체라는 점, 자금과 조직 투명성 항목을 아직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사이트의 기준 대조 페이지에 그대로 남겨뒀다. 충족하지 못한 항목을 지우지 않고 노출하는 방식이다.
정정과 이의제기 창구도 열려 있다. 당사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특정 기록의 회수를 요청할 수 있고 5영업일 안에 회수와 정정, 기각 중 하나로 처리한다. 회수되더라도 기록 자체를 삭제하지 않고 회수 표시를 남긴다. 매체별 페이지에 발급 건수와 철회 건수를 같은 크기로 나란히 표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회수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는 인증은 결국 장식이 된다는 판단이다.
AI가 만든 기사와 진짜 기사, 구분선은 출처
이런 시도가 나온 배경에는 생성형 AI로 대량 제작되는 가짜 기사 문제가 있다. 그럴듯한 문장과 사진, 통계까지 붙은 기사 형식의 콘텐츠를 사람이 눈으로 걸러내기는 이미 어려워졌다. 내용의 진위를 일일이 판정하는 방식으로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지적도 계속돼 왔다.
출처 검증은 반대 방향에서 접근한다. 내용의 진위를 다투는 대신, 해당 기사가 확인 가능한 경로로 들어왔는지를 기계적으로 증명한다. 기록이 없는 기사에 대해 FAXTR는 가짜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경로로 접수된 기사가 아니라고 답한다. 기록이 없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정보라는 설명이다.
독자는 기사 주소를 faxtr.com 검증 기록 페이지의 검색창에 붙여넣어 해당 기사의 기록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개발자용 공개 조회 API도 인증 없이 열려 있다.
참여는 자사 매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FAXTR는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경로로 기사가 접수되는 매체라면 어디든 참여할 수 있으며 연동은 기사당 링크 한 줄, 기록 발급은 FAXTR가 맡는다고 밝혔다. 참여 신청은 faxtr.com/badge/apply에서 받는다.
FAXTR 관계자는 “검증 기록은 언론사가 스스로 붙이는 신뢰 표시가 아니라, 제3자가 언제든 다시 계산해볼 수 있는 공개 데이터여야 한다”며 “그래서 지문 계산 규칙과 검증하지 않는 항목, 충족하지 못한 기준까지 전부 공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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