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찾아가는 전북도립미술관 시·군 공립미술관 협력전 ‘오프모던 Off-Modern’

김상진 기자
2026-09-15 11:18:59




2026 찾아가는 전북도립미술관 시·군 공립미술관 협력전 ‘오프모던 Off-Modern’ (전북특별자치도 제공)



[한국Q뉴스]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에서는 2026 찾아가는 전북도립미술관 시·군 공립미술관 협력전 오프모던 을 개최한다.

전북도립미술관은 2022년 9월부터 도내 14개 시군과 연대를 다지며 공립미술관 소재 지역과는 매월 연석회의를 통해, 그리고 부재 지역과는 전시와 교육으로 협력을 이어왔다.

그간이 협력의 중심에는 ‘소장품’ 이 있었다.

소장품을 매개로 잇고 공유하며 콘텐츠를 고민하고 학예사들의 역량 증진이나 열악한 지역 상황을 극복해 온, 이 협력 방식은 어쩌면 너무나 직접적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가시적인 효과도 지녔다.

우리는 깊숙이 넣어두었던 소장품을 꺼내어 새로운 맥락을 만들고 엮어보는, 설령 그 깊이의 차이가 있었을지라도 학예직으로서의 연구 동력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질문이 불거졌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소장품으로 한 시대를 말할 수 있는가.

또 동시대적인 시선으로 소장품을 현재화할 수 있는가.

지난 세월, 세대를 거치며 그 시대를 오롯이 담아낸 과거의 작품은 어떻게 오늘의 문제를 품어낼 수 있는가.

소장품은 문화유산을 수집·보존·계승한다는 미술관의 당연한 기능과 역할에 부합하는 기본적 요소일진대, 우리가 소장품을 ‘계승한다’라는 것은 결국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가.

영국의 미술사학자이자 비평가 클레어 비숍이 경계한 ‘현재주의’, 즉 현재가 모든 것을 압도해 버리는 태도를 넘어서 우리는 소장품을 통해 현재의 사회적 문제를 되비추어 보고자 한다.

이는 ‘그’ 시대를 인식한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를 사유하는 근거를 재구성하는 데 집중하려는 것이다.

미술사적 계보를 형성하는 일 일관된 논리체계를 만드는 일.

그렇게 얼기설기 놓은 작품 사이의 공기층에서 피어나는 사유 지점을 찾아본다.

거기에서 질문의 가능성을 찾고 또 성공적인 질문을 상상하는 접근 시도가 이번 전시의 중요한 축이다.

알고 있다.

예술은 언제나 우리로 해금 질문을 떠올리게 하며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클레어 비숍, ‘래디컬 뮤지엄: 동시대 미술관에서 무엇이 ‘동시대’적인가?

’, 김현주 역, 현실문화, 2016. 클레어 비숍은 오늘날 미술관과 예술 제도가 당면한 위기의 핵심으로 ‘현재주의’를 지적한다.

그는 현재의 순간만을 사고의 지평이자 도달점으로 간주하는 이러한 태도가 역사적 깊이를 상실하게 만든다고 비판하며 이에 맞서는 대안적 실천으로 과거의 유산을 현재의 문제와 교차시키며 시공간적 단절을 가로지르는 큐레토리얼 전략을 제안한 바 있다.

오프모던 역시 이러한 맥락에 발맞추어 소장품을 단순한 과거의 부산물이 아닌 현재를 비추는 사유의 매개로 재조명하고자 한다.

오늘날의 문제를 생각해 본다.

지역의 고민과 사유의 단초, 그 너머로 읽어낼 수 있는 세상, 모든 것은 번뜩이는 말처럼 떠오른다.

기술적 진보, 자본, 인간 소외, 비인간의 부각, 확장된 시야, 좁아진 시선.

이 모든 것은 기술적 진보로 가속화하는 세계에서 몰아친다.

더 나은 세계에 대한 열망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이토록 명확한데, 꿈꾸던 유토피아는 왜 이리도 형체가 없는가.

언젠가부터 유토피아는 손에 잡히지 않는, 텅 빈 단어로 존재하고 파괴적인 디스토피아에 대한 상상은 더 구체적으로 가능한 시대가 됐다.

미디어 속 자본주의 비판을 보며 대리 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디스토피아나 폐허를 유희처럼 소비한다.

이제 디스토피아도 매끈한 감각 안에서 흡수한다.

디지털 장치의 균질한 화면으로 미끄러지는 세상, 균등하고 고른 화면은 사유를 고립시키고 감각을 고정한다.

이러한 감각의 마비에 맞서 이번 전시가 취하는 태도가 바로 ‘오프모던’ 이다.

전시명 오프모던 은 러시아 출신 미국 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였던 스베틀라나 보임의 이론에서 차용했다.

보임은 오프모던을 근대성의 ‘옆길·측면 가능성’ 으로 정의하며 주류의 정형화된 길에서 살짝 비껴나, 익숙한 현재를 낯설고 입체적인 시선으로 마주하도록 한다.

즉, 오프모던은 비판적 근대성의 옆 골목을 탐색하고 그것의 측면적 잠재성들을 추적하기 위한 새로운 기획을 가리킨다.

그리고 예술가를 삶 자체에 ‘감각을 되돌려 줄’ 수 있도록, 세계를 재발명하고 관찰자로 해금 그것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한다.

스베틀라나 보임, ‘오프모던의 건축’김수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3. 김수환, 스베틀라나 보임의 오프모던 프로젝트 - ‘오프모던의 건축’을 중심으로 -, ‘슬라브硏究’ 39권 1호, 2023, P. 226. 스베틀라나 보임, 앞의 책, p. 56-57. 이러한 태도를 기반으로 전시는 낙관할 수 없는 시대의 텅 빈 유토피아의 징후를 살핀다.

그 징후는 1층의 동시대적 디스토피아 감각에서 2층의 역사적·미학적 사유로의 이행을 통해 제시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도내 7곳의 공립미술관 소장품은 그려낼 수 없는 막연한 세계 안에서 현재의 결핍을 감각적으로 일깨우는 ‘질감’ 으로 와닿는다.

그 ‘질감의 경험’은 마비된 매끈한 소비를 지연시키고 여운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높인다.

사실 미술관 소장품은 ‘이상적’ 공간과 환경에서 세상의 이야기를 움켜쥔 채 웅크리고 있다.

그리고 소장품은 전시를 통해 직접적인 마주침을 기다린다.

소장품 중심의 교류와 협력은 작품의 생명을 연장하고 이어가는 데에 기여해왔다.

세상으로 나온 소장품은 그 질감의 경험을 제공하며 여운과 감정을 만들어 낸다.

비로소 예술은 즉각적인 소비로 소모되지 않고 지속적인 사유의 힘으로 남을 기회를 얻는다.

우리는 스베틀라나 보임의 오프모던적 사유 안에서 감각이 마비된 회복적 향수-과거를 그리워하고 복원하려는-를 경계하고 현재의 결핍을 일깨우는 성찰적 향수-과거를 통해 오늘을 되묻는-를 지향한다.

이는 물론 예술의 보편성이 과거를 복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늘을 깨우는 방식으로 확인된다는 믿음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전시는 미술관 소장품의 주제적 접근이 시간의 흐름처럼 직선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재사유하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둔다.

유토피아가 모호한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주류의 단선적 시간, 진보적 시간만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여기, 과거의 유산이 현재의 사유에 관여할 수 있다는 상상으로 다른 의미를 생성하는 결합을 시도한다.

지역미술관의 소장품은 바로 그 옆길에 존재하는, 어쩌면 작은 미술관학적 유토피아의 균열이다.

그리고 균열이 만들어내는 여백, 거기서 발생하는 여운으로 예술은 지속되리라.

이 전시는 그 가능성을 선보이는 자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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