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Q뉴스] 부산시립극단은 오는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제83회 정기공연 ‘메데이아’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에우리피데스의 고대 그리스 비극을 현대사회의 권력 구조 속 이야기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박용희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고대 신화 속 왕과 영웅은 정치인과 검사로 바뀌고 추방과 배신의 서사는 법과 정치, 언론과 여론이 작동하는 오늘날의 현실로 옮겨진다.
작품 속 메데이아는 과거 범죄 조직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검사 이아손을 사랑한 그녀는 위험에 빠진 그를 구하기 위해 조직과 가족을 배신하고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 삶의 기반까지 모두 버린다.
그러나 권력의 중심으로 나아간 이아손은 더 큰 성공과 사회적 인정을 얻기 위해 지역 실세 정치인 크레온의 딸과 새로운 결혼을 추진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살린 메데이아를 지워야 할 과거이자 위험 요소로 규정한다.
사랑을 위해 자신의 세계를 버린 여자와 성공을 위해 그 사랑을 지우려는 남자.
두 사람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사랑은 배신으로 배신은 파국으로 변해간다.
이번 ‘메데이아’는 단순한 복수극에 머물지 않는다.
사랑받고 싶은 욕망, 인정받고 싶은 욕망,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욕망, 끝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욕망이 인간을 어떻게 움직이고 파괴하는지를 묻는다.
작품은 누가 더 악한지를 판단하기보다, 서로 다른 욕망이 충돌할 때 인간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무대는 신전이나 궁전이 아닌 한 가족이 살아가는 ‘집’ 으로 구성된다.
거실과 아이들의 방, 현관과 함께 무대 중앙에 놓인 계단은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이미지다.
이아손에게 계단은 권력과 성공을 향해 올라가는 통로인 반면, 메데이아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올라서야 하는 공간이다.
모든 것이 무너진 뒤 계단 가장 높은 곳에 홀로 선 메데이아의 모습은 욕망이 남긴 폐허를 상징한다.
연출은 고대 비극의 장엄함을 재현하는 대신, 일상적인 대화와 부부싸움, 이웃의 수다처럼 시작되는 현대적 블랙코미디의 리듬을 활용한다.
웃음과 농담이 이어지던 무대는 어느 순간 폭력과 공포의 공간으로 바뀌며 밝은 팝 음악과 사랑 노래가 비극적인 장면과 충돌해 현실의 잔혹한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또한 코러스는 메데이아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자 그녀의 내면을 대변한다.
여론과 감시, 죄책감과 욕망의 목소리가 중첩되면서 메데이아가 파국적인 선택에 이르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관객에게 그녀의 행동을 용서하도록 요구하기보다, 한 인간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사회적 구조를 직시하게 한다.
부산시립극단의 이번 공연은 전석 2만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자세한 문의나 예매는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 및 전화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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