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돌아왔어!” 부산 을숙도에서 자란 큰고니, 러시아에서 낙동강 하구로 왕복 비행

김덕수 기자
2026-06-09 11:20:05







[한국Q뉴스] 낙동강관리본부 소속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부산 을숙도 물새류 대체서식지에서 적응 훈련을 받은 큰고니 ‘여름이’가 지난해 러시아 번식지로 떠났다가 겨울을 나기 위해 부산으로 돌아왔으며 최근 다시 번식기를 맞아 러시아로 북상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동물원에서 태어나 자란 큰고니가 야생 적응 훈련을 거쳐 국제적 이동 경로를 스스로 완주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큰고니가 야생 무리에 합류해 왕복 이주에 성공한 것은 국내 최초다.

‘여름이’는 지난 2023년 5월 용인에버랜드에서 부화한 개체로 같은 해 10월 부산 을숙도 물새류 대체서식지로 이동해 체계적인 야생 적응 훈련을 받았다.

2025년 봄, 등에 부착된 위치 확인 장치 정보를 통해 여름이가 울산과 북한을 거쳐 러시아 프리모르스키까지 2천300킬로미터의 하늘길을 단숨에 날아간 사실이 확인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놀라운 사건은 그다음 발생했다. 러시아에서 번식기를 보낸 여름이가 가을철 추위가 시작되자, 2025년 10월 경북 영덕, 경산시 인근으로 내려와 겨울을 보내고 2026년 3월 다소 늦게 자신이 적응 훈련을 받았던 부산 을숙도 물새류 대체서식지를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온 것이다.

그 후 여름이는 한 달 넘게 주로 을숙도 물새류 대체서식지와 인근에서 먹이를 충분히 섭취하며 머물다가 1년 전과 유사하게 2026년 4월 러시아로 떠난 기록이 뒤늦게 확인됐고 최근 위치추적 결과 1년 전에 머물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프리모르스키에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큰고니 여름이의 비행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부모의 가슴 아픈 사연 때문이다.

여름이의 아빠인 ‘날개’는 지난 1996년 사냥꾼의 총에 맞아 다친 채 구조됐다. 영구 장애로 더 이상 날 수 없게 된 ‘날개’는 에버랜드에서 보호를 받으며 ‘여름이’를 낳았다.

비록 부모의 날개는 꺾였지만, 여름이가 부모의 고향인 러시아와 한국을 잇는 1만 리 하늘길을 보란 듯이 왕복에 성공한 것이다.

조류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에 대해 단순히 인공 포육 개체가 ‘생존한 것’을 넘어, 야생의 복잡한 이주 본능을 완벽히 회복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생태학적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서진원 시 낙동강하구에코센터장은 “을숙도에서 성장한 여름이가 본래 번식지인 러시아에 갔다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낙동강하구가 철새들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안전한 보금자리인지를 증명한 사례”며 “앞으로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 최고의 서식지를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